재테크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 1. 재테크를 시작하게 된 이유 "매일 캔커피 1개"

BoBooBoo 2021. 6.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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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6.23


"어떻게 재테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저 매일 아침 수업가기 전에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한 캔을 공짜로 마시고 싶었어요"


최근에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에 꾸준히 나가고 있다. 지난 모임 때는 거의 재테크 입문서의 바이블이 되어버린 책인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를 읽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재테크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보이는 모임원 한분이 재테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었고 (비록 나도 아직 푼돈을 굴리는 처지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때마침 현금흐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고카페인 캔커피를 마셔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딱 10년 전이다. 처음 이런 생각을 했던 때는 2011년으로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나는 컴퓨터학을 전공했었다. 입학과 동시에 강제로 수강신청 당해서 들은 컴퓨터학개론을 들은 것 말고는 전공다운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아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패기있게 3학년 전공수업을 신청했었다 (당연히 학점은 말아먹고 나중에 재이수했다). 이 수업은 아침 9시에 시작했었는데, 극단적 부엉이과에다가 하필 또 맨유 경기가 항상 새벽이었기 때문에 잠도 거의 못 자게 되어서 고카페인 캔커피 (특히, 조지아 오리지널) 를 마시지 않으면 도대체가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는 학교 매점에서 한 캔에 600원이었다.

 

정기적 수입


이 수업의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 (일종의 인턴이다) 을 뽑는다는 소리에 아는 것도 쥐뿔도 없으면서 그냥 신청했고 운좋게도 뽑혀서 연구실에 출근하게 되었다. 아마 2학년 짜리가 매일 제일 앞 자리에 앉아서 이해도 잘 못하면서 쳐다보고 있는게 신기해서 뽑으셨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학부연구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학원 연구실의 연구원은 (정상적인 연구실이라면) 모두 인건비를 월급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이 돈이 내가 처음으로 번 정기적인 수입이었다.

 

매일 조지아 한 캔을 공짜로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일본 소설 책에 빠져있던 내가 재테크를 하라고 동기부여하는 책을 봤을리는 없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매일 나가는 600원이 아까웠던 것이지 싶다. 그 때 내가 알고 있던 저축 수단은 재테크 초심자들과 마찬가지로 예금, 적금, 청약 그리고 CMA 가 끝이었다. 적금과 청약은 수입이 발생하면서 꾸준하게 넣고 있었는데 사실 재미가 없어서 별로 신경도 안썼고 그나마 CMA 에 눈이 갔다. 처음 CMA 계좌를 만들면서 넣었던 20만원정도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동안 신경도 안쓰다가 계좌에 한번 들어갔는데 매일 10~20원 정도의 이자가 들어오고 있음을 보고 21살의 나는 이거다 싶었나보다.

부자가 부자가 되는 이유.
자산 부문이 지출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수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남는 돈은 다시 자산 부문에 재투자된다. 그러면 자산 부문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자산이 창출하는 소득 역시 함께 증가한다.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의 135 페이지 -

 

 

매일 600원을 받아서 조지아 캔커피를 공짜로 마시자


CMA의 매일 들어오는 이자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당시 넣고 있던 적금과 청약의 이자율이 4% 정도 되었었다. 당연히 CMA는 예적금보다 낮았고 2%대 이자율이었다. 그럼에도 매일 계좌에 찍히는 이자가 더 끌렸다. 나는 당장 캔커피를 먹어야했기 때문이다.

 

얼마를 넣어야 될까?


CMA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계산하기도 쉬웠다. 20만원을 넣었을 때 20원까지 이자가나오니 원금의 1만분의 1이 매일 들어온다고 대충 계산했다. 당시 이자율이 2.2%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충 맞는 것 같다. 충분히 왜곡되었을 수 있긴 하지만 계산해보니 맞는 것 같다.

CMA 이자
= 납입금 x 이자율 x (1 - 세금) / 영업일

이자율 = 2.2%, 세금 = 15.4%, 영업일은 대충 주말빼고 200일로 치고

100만원을 납입하면, 1,000,000 x 0.022 x (1 - 0.154) / 200 = 93.06
600만원을 납입하면, 6,000,000 x 0.022 x (1 - 0.154) / 200 = 558.36

실제 CMA는 예적금처럼 정확하게 이자율대로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93원의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 대충 80~100원대를 왔다갔다 했었다. 실제 600만원을 넣었다면, 400 ~ 600원 사이를 왔다갔다 했었을 것이다. 당시 일정하게 발생하던 월 소득이 50만원 내외였고 그 외 잡다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을 종종 받아서 어떻게든 목표한 금액을 채웠긴 채웠다. 다만 기본적인 소득 자체가 너무 적었고 청약이나 적금에 넣던 돈도 줄이지 않았기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년이 좀 안되는 기간이 걸렸다.

 

절반의 성공. 600원은 성공했지만 600만원으로 600원은 실패했다.


사실 나는 600만원으로 600원의 이자를 받는데는 실패했다. 납입금을 모으는데 사용된 기간인 2년에 가까운 기간은 내가 세운 목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버렸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이자율은 1.5% 대로 떨어졌고 더욱이 내가 그토록 바라던 600원 짜리 조지아 오리지널은 600원에서 700원으로 무려 16%나 떡상해버렸다. 그 결과 거의 1,000만원을 CMA에 넣고 나서야 하루에 600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동이 나를 얼마나 빠르게 가난하게 만들 수 있는지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 2021년 기준 금리가 0%~1%대 금리인데도 종종 이벤트로 4~5% 적금이 종종 보이는 것 보면 왜 CMA를 저렇게 열심히 넣고 있는지, 정말 재테크고 뭐고 아는게 없긴 없었나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죠?", "어떻게 하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나요?"
부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돈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의 106 페이지 -


어쨌든 이런 단순 무식한 계산 방법으로 "600~700만원의 돈을 CMA에 넣어서 조지아를 공짜로 먹는다" 라는 목표를 세우고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처음 만든 자산을 통한 현금흐름이었다. 지금와서 보면 왜 저렇게 미련한 방법으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기요사키가 말하는 금융 IQ 가 낮았기 때문이겠지). 이 글을 쓰는 시점인 2021년은 금리가 더 낮아졌지만 CMA 와 같이 극단적, 안정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몇 배의 이자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참 미련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삼성전자를 살).

 

매일 600원 벌려고 하다가 1000만원을 모았다.


이 도전을 끝내고 나서야 알게된 것은 현금흐름을 창출해내서 드디어 커피를 공짜로 먹게 되었다라는 것이 아니라 무일푼이던 대학생이 2년이 안걸려서 1,000만원의 시드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투자의 시드가 되는 돈을 모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600원을 받고자 하다보니 시드가 모인 것이다. 앞말과 뒷말은 같은 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돈을 모으기 위한 동기부여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다르다. 매일 1~2원이지만 이자가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돈을 모으는 것과 일단 시드를 모으자하는 것보다 이 짓을 계속하는데 더 많은 힘을 준다. 좀 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표


대학교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나는 이때 쯤 다음 목표를 세웠다.

1. 매일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공짜로 벌기 (캔 커피는 몸에 안좋다)
2. 다음 1년간 1,000만원을 더 모으기 (한번 해보니까 될 것 같았다)
3. 졸업할 때까지 2,000만원을 모으기 (2번의 연장)

결과적으로 셋 다 실패했다. 기회가 되면 위의 다음 목표에 대해서도 정리해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볼까 한다. 목표 대비 성공률로 봐도 그냥 다 박살나버릴 정도로 실패했다. 그렇다고 도박을 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다. 물론 정기적인 수입은 적은 금액이지만 오히려 조금 더 늘었었다. 과소비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숙사에 살다가 자취를 하게 되었고 학교를 1년 더 다녔고 그 1년동안 창업을 해보겠다고 설쳤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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